경기도소방학교 담당자님께

 담당자님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에 있는 심석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소방안전교육에 관심이 많은 
박찬곤이라고 합니다.

 우선 일면식도 없는 담당자님께 무례를 무릅쓰고 연락드려서 죄송합니다.
바쁘시겠지만 잠시 시간이 나실 때, 읽어봐주시고 조언해주신다면 
부족한 저의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올해 저는 경기도교육청 교사연구년에 선발되어서 
‘실습형 학교 안전교육 정책 개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과 같은 불행하고 가슴아픈 사고를 
여러 차례 겪으면서 학교 안전교육도 개선되고는 있지만, 
저는 여전히 보완해야할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담당자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안전교육의 결과는 단지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위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체득하고 
습관화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실습 위주의 안전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파트 9층에서 살고 있습니다. 제작년 여름, 
아파트 대피실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까마득한 높이에 아찔함을 느끼면서,
화재가 발생해서 출입문으로 대피할 수 없을 때, 과연 나는 대피실에
비치된 완강기를 이용해서 대피할 수 있을지 자문했지만, 
대답은 ‘아니오’였습니다. 완강기 사용법도 배운 적이 없었고, 사용해본 
적은 더더욱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교에 실습형 안전교육을 도입하자고 건의하려고 했으나, 
돌아올 답변이 예상되었습니다. 그래서 저 스스로 한 번 도전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실습형 안전교육을 어떻게 가르칠지 고민하기 전에, 
먼저 저부터 이론을 배워야한다고 생각해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소방청에서 발급하는 소방안전교육사 자격증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해 여름부터 공부를 해서, 가을에 시험을 보고, 
겨울에 합격 소식을 듣고 나서야 교장, 교감선생님께 실습형 안전교육을 
학교에 도입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다행히 우려와는 달리 
두 분께서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셨습니다.
 그러나 소방안전교육사 자격은 약간의 이론적 지식을 배웠다는 정도에 
불과해서, 실습형 안전교육에 필요한 연수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인근의 남양주 소방서에 연락하여 취지를 말씀드리면서 
실습 연수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그랬더니 소방서로부터 흔쾌히 
도와주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작년 3월에, 제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실습주제라고 생각했던 소화기 사용법, 완강기 사용법, 하임리히법을 배웠습니다. 그것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이후에 경기도교육청 
안전교육관과 경기도 안전체험관에서 실습 연수를 이수했습니다. 
 그런데 실습형 안전교육을 진행하려면, 특히 완강기 사용법을
교육하려면 교육시설이 필요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남원소방서에서 운용 중인 시설이 학교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모델로 삼아 작년 4월에 교내에 완강기 교육시설을 
설치하였습니다. 
 
 이후 기숙사 학생과 교직원, 전교생 중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실습형 안전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참여한 학생과 교직원의 만족도는 아주 높았는데, 한 가지 문제점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습형 안전교육 참여 희망자를 
조사했는데, 참여 희망 학생이 매우 적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질문을 해서 그 이유를 알아보니, “뻔한 교육일 것 같아서”, 
“별로 도움이 안될 것 같아서”라는 대답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학교 안전교육 7대 표준안이 만들어지고,
연간 51차시의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나, 학교에서는 영상 시청 위주의 
이론 교육이 주로 진행되고, 때로는 그나마도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생들은 안전교육에 대해 이른바 ‘학습된 무기력감’을 느낀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려면, 적어도 도교육청 수준의 정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를 개인연구 주제로 삼아 연구년에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보고서를 논문 수준으로 만들어서 학술지에 게재할 수 있다면
정책에 반영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여, 열심히 연구해서 학술지에
투고해보자는 목표를 갖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불행히도 연구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의 개인연구는 이렇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습형 안전교육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소방안전의식, 소방안전경험, 
소방안전지식에 미치는 효과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즉, 소화기 사용법, 완강기 사용법을 주제로, 실습형 학교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같은 주제의 이론형 안전교육과 그 효과를 비교할 예정입니다. 
그 결과를 통해, 실습형 안전교육을 학교 현장에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론형 안전교육 대비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 
보여주려고 합니다. 그래서 저의 원적교에서 실험군 1학급, 대조군 
1학급을 대상으로 각각 실습형 안전교육과 이론형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사전/사후/추후 검사를 실시하고 t 검정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학교 안전교육과 
관련된 인식을 분석하여, 이를 토대로 정책 개선안을 제안할 예정입니다.

 검사도구로는, 
이순범의 소방안전의식 척도(2022)를 이용하여 소방안전의식을,
정무헌, 박인선(2015)의 소방안전의식조사 설문지의 문항 일부를 이용하여 
소방안전경험을,
하영숙(2022)의 설문지의 형식을 참고하여 제가 개발한 문항을 이용하여
소방안전지식과 학교 안전교육에 관한 생각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학교 안전교육에 대한 문항은 교사용 설문지로도 만들어서,
교사들의 생각도 알아보고자 합니다.

 위에 언급한 세 가지 자료를 이용하여, 사전/사후/추후검사에 사용할
학생용 검사지를 만들었습니다. 안전교육 전문가인 교수님 1인에게 
안면타당도를, 경력 20년 이상의 교사에게 내용타당도(CVR)를 검증받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로 알게된 교수님께서 조언을 해주시기로 약속해주셨는데, 교수님으로부터 회신을 기다리다가 불행히도 결국 받지 못하는 바람에 일정이 꼬여버렸습니다. ㅠ.ㅠ 
즉, 연구 일정은 정해져있고, 계속 다가오는 일정 때문에 쫓기다보니, 
교수님에게 학생용 검사지에 대한 타당도 검증을 받지 못하고, 
일단 급한대로 경기도교육청 소속 선생님들에게 설문지를 통해 학생용 
검사지의 타당도에 대한 회신을 받았고, 이 학생용 검사지의 신뢰도 
분석을 위하여 한 학급을 대상으로 예비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 10일~19일 사이에 실험군(1학급)과 대조군(1학급)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교사용 설문지 역시, 초등학교 
교사 29명, 중학교 교사 22명, 고등학교 교사 44명, 총 95명에게 이미 
회신을 받은 상황입니다. 결과는 분석 중에 있지만,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검사지의 타당도, 신뢰도 검증과 관련해서 미비된 점이 있는 상황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학교 안전교육 정책을 바꿔보고 싶은 마음에
논문 수준의 연구를 진행해서 학술지에 투고하고 싶었습니다만, 
연구 과정이 순탄치 않아서 좌절했습니다. 

늦긴했지만 지금이라도 소방안전교육 전문가님에게 검사지의
타당도를 검증 받고, 문제가 있는 문항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결과를
정리하면, 부족하지만 지금까지 노력한 결과의 수준을 조금이나마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염치를 무릅쓰고 담당자님께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경기도소방학교에서 저의 연구에 도움을 주실 수 있는
전문가를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다시 한 번 불쑥 연락드린 점에 대해 담당자님께 사과드립니다.
학위과정이 아니어서 지도교수님이 없는 상황에서 연구를 진행하려다 
보니, 안면이 있는 소방안전교육 전문가가 없고 연구 과정도 꼬여서, 
염치 불구하고 담당자님께 불쑥 연락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찬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