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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의 한계
작성자 : *** 날짜 : 2020-12-21 조회수 : 189
[기고-박동탁]아파트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의 한계

안전신문 | 입력 2020.02.05 16:43|

박동탁 전 산업안전보건교육원 교수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관리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19년도 통계를 보면 40만30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284명이 생명을 잃고 8059억원의 재산 손실을 봤다.

 

화재발생 원인은 부주의가 50.3%(2만120건)로 가장 많았고 전기적 요인 23.4%(9천399건), 기계적 요인 10.0%(4025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화재 사망자는 주거용 건물에서 56.0%(159명), 비주거용 건물에서는 20.0%(57명)가 발생했다. 또 화재 사망자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이 42.6%(121명)였다.

 

위의 통계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화재가 많이 발생했고 그 원인 중 상당부분이 소방설비 미작동이나 오작동에 기인한 것을 알 수 있다.

 

소방시설 미작동 등으로 인한 대규모 인명피해 사례로는 지난 2017년 2월 경기도 동탄 주상복합건물 화재로 52명(사망4, 부상 48)이 다치거나 숨졌다.

 

또 지난해 9월에는 김포의 한 요양병원에서 스프링클러 설비와 제연설비가 작동하지 않아 사상자 59명(사망 3명, 부상 56명)이 발생했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역행하는 사례가 바로 아파트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다.

 

아파트 옥상은 화재시 긴요하게 활용되는 대피공간이기에 누구나 자유롭게 대피가 가능토록 해야 하나 청소년들의 출입으로 인한 흡연, 범죄, 자살을 막겠다는 취지로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관리상 편의를 위해 잠궈두기 시작했다.

 

일부 탈선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모든 주민들의 생명을 담보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

 

잠궈둔 옥상 출입문 때문에 대피를 못해 발생하는 사상자들을 목격하면서도 옥상 출입문을 쉽게 열어둘 생각을 하지 않았고 궁하면 통한다는 말처럼 이런 문제를 해결키 위한 방안으로 개발된 것이 아파트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다.

 

겉으로 보면 참으로 그럴듯한 장치다. 평소에는 옥상 출입문이 닫혀 있어서 좋고 화재가 발생하면 자동적으로 열려서 대피가 가능하니 얼마나 좋은 장치인가.

 

국토교통부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16조의2(출입문)에서 옥상 출입문에 비상문자동개폐장치 의무 설치에 관한 법규를 만들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도 이를 환영했고 소방설비 업자들도 호재를 만났다. 법규를 만들어 준수토록 했으니 떳떳하게 옥상 출입문을 닫아 둘 수 있고 이를 무시하고 옥상 출입문을 열어 두면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치부됐다.

 

물론 아파트 주민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정부에서 권장하는 일이니 그냥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무일 없는 것처럼, 아무일 없을 것처럼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여기서 우리들이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 옥상 출입문의 비상문자동개폐장치가 작동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무릇 모든 설비는 고장이 날 수 있다는 사실에 입각하면 옥상 출입문의 비상문자동개폐장치도 고장이 날 수 있고 이로 인해 우리 가족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미 일어난 화재사고 사례에서도 증명이 된 것이다.

 

그들은 “수시로 점검하고 고친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방설비를 점검한 것이 엊그제인데 화재가 발생했다는, 그래서 누군가가 문책을 받은 사례는 왜 일어나는가?

 

점검을 한다는 것은 고장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고장으로 옥상 출입문에 설치된 비상문자동개폐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참고로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는 화재가 발생하면 ▲자동화재감지기 동작 ▲수신기(소화전 내 중계기) ▲자동개폐장치 동작 ▲비상문 개방 ▲입주민 대피 과정으로 화재 발생에서 비상문 개방까지 4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 4개 과정 중에서 어느 한곳이라도 고장이 나거나 연결이 안되면 무용지물이 된다.

 

결론은 단순하고 명백하다. 아파트 옥상 출입문을 그냥 열어 두면 된다.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주민들이 합심해 아파트 옥상 출입을 관리하면 된다.

 

안전이 100% 보장이 되지 않는 옥상 출입문에 설치된 비상문자동개폐장치를 점검하고 관리하기 보다는 옥상 출입문을 점검하고 관리하면 된다.

 

옥상 출입문에 비상문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는 비용도 줄이고 이 설비를 점검하고 관리하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경비 절감도 되지만 이보다 더 좋은 혜택은 화재로 인한 대피공간이 언제나 확보되고 우리들이 질식해 죽지 않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모든 사고와 마찬가지로 화재도 예고없이 발생하므로 이에 대한 대책은 근본적이어야 한다. 눈가리고 아웅해서는 안된다.

 

나도 소중하고 우리 가족도 너무 소중하다. 아파트 옥상 출입문을 그냥 열어두면 된다.

안전신문 webmaster@safet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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