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Home > 참여공간 > 칭찬합시다

칭찬합시다

경기도민의 안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소방관분들을 격려해주세요.

수리산 조난사건의 신고자입니다. 구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성자 : 허윤석 작성일 : 2023-12-18 조회수 : 207
안녕하세요.
밑에 글 12월 16일 수리산에서 조난당한 사건의 신고자 입니다.



당일 오전까지 내렸던 눈에 온 산이 뒤덮혀 있었습니다.
대설주의보와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였음에도,
일행 3명의 모임 날짜를 변경하기 힘들고,
눈덮힌 산의 절경을 보고싶은 욕심에 등산을 강행했습니다.


예상대로 산의 경치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는 오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오전 9시에 시작한 산행에서 12시 쯤 정상에 도착하였고,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눈덮힌 산에서 그만 길을 잘못들었습니다.


처음엔 길이 아닌 곳으로 들어왔다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저 낙엽이 많이 쌓이고 험한 길이라는 생각을 하며 내려왔습니다.


어느정도 내려오다보니 여긴 동물이 다니는 길이거나,
길이 아닌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갈만하다는 생각에 그냥 내려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돌아왔어야 했습니다.
인적이 없어서 5~10센치 정도 쌓인 낙엽위로 눈까지 덮히니
발 닿는곳마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일행 한명이 넘어지면서 사고를 당했는데,
세상 처음 듣는 비명이었습니다.
쓰러진채 움직이지도 못하며 크게 비명을 지르고있는 일행을 보고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처음엔 제가 들쳐 엎고 가야하나 했습니다만,
이미 4시간 정도 진행된 산행으로 저도 체력에 자신이 없었고,
부상자의 상태가 너무 심각해보여 119에 전화를 했습니다.


이후 구조대원분과 수시로 전화와 메시지로 소통하며 저희 위치와 상태를 전달하였으나,
대설주의보와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에서 바람까지 강하게 부는 산은
아무리 옷을 따뜻하게 입었다해도 가만히 앉아서 버틸수 없었습니다.


3분만 가만히 서있어도 손발과 이가 덜덜 떨리는 상황에서
신고자인 저는 계속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체온을 끌어 올렸으나,
부상자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저희는 정상까지 약 3시간 걸려 도착했기에,
또 지금은 등산로가 아닌곳에 위치했기에,
이상태로 3시간 4시간 이상을 버텨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구조대가 오기도 전에 저체온증으로 큰일 치르겠구나하며 절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조대원 분들은 소방서에서 산 정상을 지나 저희가 있는 길 아닌 곳까지
정확히 신고한지 1시간만에 달려오셨습니다.


정말 사람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이젠 살았구나 싶었습니다.


구조대원분들이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하셨는지,
모두 강인해보이는 체격을 갖고 계셨습니다.
보자마자 안심이되는 분들이었습니다.


처음 겪는 상황에 눈과 바람과 추위와 길이 아닌곳,
방금전까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가 구조대원분들이 오자마자 웃음이 났습니다.


도착하시자마자 부상자의 상태를 확인하시더니,
부목 같은 것으로 고정시키고, 들것에 실었습니다.
한 구조대원분은 입고계시던 외투를 부상자에게 입혀주셨고,
은박지 같은걸로 환자를 둘러싸고 핫팩을 터트려 환자의 체온저하를 방지해주셨습니다.
그땐 이제 해결됐구나 싶어 부상자에게 농담도 하고 활기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몰랐습니다.
구조대가 와주었기에 저희의 고생은 끝이 났지만,
대원분들의 고생은 이제 시작이었습니다.


95kg인 부상자를 들쳐매고 구조대원분들이 산을 내려가시는데,
바위로 둘러쌓여 혼자 지나가기도 좁은 길과
눈과 낙옆으로 뒤덮혀 안전하지 않은 길이 우리 앞에 펼쳐져있었습니다.


대장님으로 보이시는 분이 먼저 내려가시며 최선의 길을 찾아 이끌어 주셨지만,
애초에 길이 아니기에,
그 최선의 길조차 부상자를 수송해야하는 대원분들에겐 험난한 과제였습니다.


저는 구조대원분들 뒤에서 혼자 내려가는데도
바람이 너무 매서워 목토시를 길게 올려 귀를 덮고, 후드를 뒤집어 썼습니다.
길이 너무 험해서 혼자 4번이나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따라갔습니다.


그러나 구조대원분들은
길을 찾고, 환자를 들쳐매고, 뒤에서 줄을 잡고 계시는 등
바쁜 와중에 추위에 귀가 차량 브레이크 등만큼 빨개져 계신데도 자신을 돌보지 못하시고
환자를 이송하는데 집중하셨습니다.
구조대원분들은 본인이 넘어지면서도 들것은 온전하게 지켜내셨습니다.


나뭇가지에 얼굴을 긁혀가며 환자를 이송하셨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들것이 흔들리면, 부상자에게 죄송하다고 말씀하시는걸 보며,
구조해주시는 것도 감지덕지한데, 겨우 흔들린것 가지고 안그러셔도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며 너무 죄송해졌었습니다.


결국 구조대원분들은 그 험난한 지형들을
환자 이송 방법을 바꿔가며 돌파하셨습니다.
평소 단련된 체력이 아니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저도 힘깨나 쓰는 체격임에도 불구하고, 엄두도 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이후 저희는 산에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환자는 미리 대기하고있던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바로 이송되었고,


정신과 체력적으로 한계였던 저는 그 이후,
택시를타고 병원에 도착하기까지의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환자를 구급차까지 이송한 후에야,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터시고
신었던 아이젠을 벗고 장비 정비하며
웃으면서 수고하고 고생했다고 말씀하시던 모습만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 그때의 상황을 돌아보면,
우리나라에 긴급신고가 없었다면,
구조대가 없었다면,
시스템이 온전하지 못해 구조대가 우리를 찾지 못했다면,
구조대원분들이 체력적으로 준비가 되어있지 못했다면,


이중에 하나라도 갖춰지지 않았다면,
부상자는 그날 최악의 결과를 맞이했을 것이고,
일행인 저는 절망에 빠져 회복하기 힘든 나쁜 경험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구조대원분들 덕분에
저희에게 그날의 일은 웃으며 얘기할 수 있고,
술안주 삼을 수 있는 추억거리가 되었습니다.



부상자는 현재 발목 골절과 인대 끊어짐으로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구조대원분들의 안전한 이송 덕분에
뼈와 인대 모두 자리를 잘 지키고 있어서
수술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저희 일행을 죽음과 절망의 문턱에서 구해주신
슈퍼맨 같은 구조대원분들과
우리나라의 소방재난 시스템에
깊은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그날부터 저희에게 구조대원분들은 영웅입니다.



감사합니다.
첨부파일   첨부파일1 : 20231216_153432.jpg  바로보기
이전글 다음글 수정 삭제 목록
해당 페이지는 SNS스크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facebook 공유하기
twitter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naverblog 공유하기